컴퓨터의 연산능력과 인터넷 통신의 발달이 결합되면서 산업 여러 부문에서 자동화가 본격화된 지 오래다. 사무와 작업의 자동화가 진전된 배경에는 많은 S/W 회사들의 역할이 컸던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중에서도 국내 최초로 2017년에 RPA라는 자동화 솔루션을 보급하기 시작하여 특히 금융권에서 호평을 받은 회사가 ㈜그리드원이다. 그런데 사실 그리드원의 김계관 대표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RPA와 대동소이한 S/W를 연구하고 개발해 온 전문가이다. 최근에는 자동화 솔루션에 생성형 AI를 융합하여 자연어로 고차원의 업무 자동화가 가능한 GO Automation Platform를 개발하였다. 인간이 컴퓨터와 기계에 예속되는 것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김계관 대표를 만나 보았다.
㈜그리드원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설립되어 2017년에 국내 최초로 RPA의 개발과 적용에 성공하신 것으로 압니다. 당시 RPA라는 새로운 솔루션에 집중하시게 된 계기나 배경은 어떤 것이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RPA라고 하는 솔루션을 다루게 된 것은 꽤 오래됐습니다. 일찌감치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컴퓨터를 접하게 돼서 익숙해졌고, 계속 이 분야로 공부를 하다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AI를 전공했는데, 컴퓨터 일을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프로그램 몇 줄 고치려고 많은 시간을 쓰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AI를 개발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제가 대학원 갔을 때가 80년대 중 후반이어서 AI 2차 붐이 꺼질 때였죠. 그래서 여건이 나빠졌는데, 그때 제 예측은 AI 바람이 다시 불려면 한 30년 정도는 걸릴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게 ‘80년도 말이니까 2010년도 정도가 돼야 AI 붐이 다시 일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 이유는 당시에는 AI 방법론인 딥러닝이나 알고리즘보다는 컴퓨팅 파워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던 것이죠. 프로그램도 문제였지만 그 프로그램을 돌려도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됐었습니다. 그때 AI에 대한 이론이 아무리 훌륭해도 실제 활용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거의 틀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서 회사를 설립한 게 2005년도였는데, 그때 생각은 ‘5년 뒤가 2010년이니까 원래 예측했던 대로 된다면 약 5년 뒤에는 AI가 붐이 불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AI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컴퓨팅 파워가 문제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회사명을 그리드원(GridOne)이라고 지었습니다. 당시는 지금의 GPU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AI가 활성화되려면 슈퍼 컴퓨팅, 그러니까 컴퓨팅 파워를 확대하기 위한 그리드 컴퓨팅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아예 회사 이름을 그리드원이라고 지은 거죠. 아쉽게도 그후에 GPU가 엄청나게 확산되는 바람에 지금은 GPU 중심으로 가고 있지만, 결론은 제 생각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첫 직장이 KT였는데 당시인 90년대초는 우리나라에서 통신과 컴퓨팅 쪽의 변화가 빠른 시기였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의 확산에 이어 GSM이나 CDMA 기반 스마트폰, 그리고 통신 교환기 이런 것들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할 때였습니다. KT가 그런 통신 시스템을 주도하는 기관이었고, 저는 통신 시스템을 평가하거나 시험하는 역할을 맡았죠. 그러다가 소프트웨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느껴서 시스템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평가하고 시험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어요. 그 주제로 R&D를 많이 했는데 그 결과로 나온 게 지금 RPA의 전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처럼 KT에서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움직여서 시험을 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90년대 초반에 만들었고, 2005년에 그리드원을 설립하여 지금으로 보면 RPA인 솔루션를 적용한 겁니다. 그래서 2016년 무렵에 외국 기업 중에 RPA 선두 주자라는 회사가 우리나라에 진출해서 시장을 휩쓸 줄 알았는데, 토종 회사인 그리드원이 이미 버티고 있으니까 깜짝 놀랐을 겁니다. RPA라는 용어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라서 그렇지 저희는 RPA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그걸 적용하고 있었던 거죠.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이 이미 2010년도에 제가 RPA방식 솔루션을 처음으로 적용했고요, RPA라는 공식적인 명칭으로는 2017년도에 PCA생명이 처음으로 적용했습니다. 외국계 RPA 한국지사가 만들어진 게 2010년도 전후인데 우리는 그보다 먼저 RPA를 적용해 왔던 것이죠. 저희 제품인 오토메이트원(Automate One)도 원래 테스트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던 것을 RPA라는 용어가 일반화되면서 오토메이트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빠르게 국내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면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RPA를 만든 회사가 그리드원이라고 보셔도 과언은 아니라고 보고 싶습니다.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리드원도 다양한 AI 기술이 융합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미지나 음성, 문자 등의 데이터 인식/처리에 대한 AI 기술이 그리드원이 사업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엄밀하게 말하면 RPA와 AI가 사실 직접적인 연결관계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화 측면에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드원이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자동화를 지원하는 회사”라고 말합니다.
자동화가 저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의 궁극적인 목표이고, 그걸 위해서는 RPA든 AI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AI는 목표가 돼서는 안되고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RPA가 굉장히 효과적이고 나름대로 공전의 히트를 했지만, 저는 그때도 명쾌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기업에서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할 수는 있지만 저는 약 10% 이내만 가능하다고 봤어요. RPA가 막 확산될 때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까지 기업 업무의 약 50% 정도까지 RPA가 자동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과장된 말이었고 지금 결론적으로 밝혀진 건 10%도 안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RPA가 자동화할 수 있는 일은 정형화된 일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기술적으로 말하면 사람의 판단이나 이런 것들이 가미가 돼서 프로세스가 잘 정의돼 있는 부분은 RPA로 얼마든지 자동화를 시도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러나 한 발짝만 들어가면 당장 못하는 일이 생겨요. 따라서 저는 다음 차원의 자동화를 위해서는 비정형화된 업무를 AI를 이용하여 어떻게 자동화하느냐에 포커스를 맞춰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8년 이후부터는 저희가 비정형 데이터 처리, 자동화 처리 쪽에 거의 에반젤리스트(전도자) 역할을 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RPA 회사들조차도 비정형 프로세스를 얘기하는 회사가 거의 없을 때 저희들은 앞장서서 그 일을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문서 처리 부분인데, 종이 문서를 중심으로 하는 업무 프로세스가 대부분 기업들의 공통 분모이고 그 부분을 자동화한다면 훨씬 더 자동화 분야를 넓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입니다. 요즘은 명함을 사진으로 기록해 놓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걸 읽는 프로그램이 OCR인데, 100% 정확하게 읽는 OCR을 보신 적이 거의 없을 거예요. 명함도 그런데 몇 백 페이지 되는 문서에서 원하는 정보를 뽑아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여기에 AI를 접목시켰고, 국내 최초로 AI OCR을 만들어서 비정형 업무를 처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I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 OCR로 100개의 문자를 읽었는데 90개는 맞고 10개는 틀리다고 하면 인식률이 90%가 되죠. 정말 자동화가 되려면 AI가 틀린 10%도 틀렸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로 AI가 못하는 부분, 즉 AI가 처리한 결과를 스스로 검증하게 하는 기술 쪽에 두고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서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저희는 AI의 업무처리 결과가 맞는지 자동으로 검증해내는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를 리드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이 현실적으로 인간 또는 기업에게 필요한 자동화부터 빨리 발전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흔히 AI의 지향점을 놓고 강(强) 인공지능과 약(弱) 인공지능으로 구분해서 얘기합니다. AI 4대 천왕이라고 하는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얀 르쿤(Yann LeCun), 요수아 벤지오(Yoshua Bengio), 앤드루 응(Andrew Ng) 등도 그렇게 나뉘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AI가 상당히 많은 일들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쪽으로 약 인공지능이 더 빨리 좀 발전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드원은 다양한 산업현장의 업무를 자동화, 더 나아가서 초(超)자동화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나 제조업, 유통업 등에서 그리드원의 솔루션을 적용하여 사무나 작업이 성공적으로 변화된 사례를 소개해 주십시오.
저희가 지금까지 RPA나 AI 솔루션을 제공한 고객사가 한 130개에서 150개 정도 되는데, 숫자로는 금융권이 더 많지는 않지만 캐시플로우나 매출 비중으로는 50% 정도 이상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RPA가 처음에 도입되던 시기에 업무자동화를 추진하기에는 금융권이 제일 적합했고 또 필요성도 높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금융권 특히 은행 같은 경우는 수백 년 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엄청나게 다양한 문제들이 다듬어지고 정리된 업무잖아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표준화되고 안정화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죠. 더구나 돈을 직접 다루는 사업이기 때문에 업무를 안정화하는 데 비용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초기에 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좋은 도메인이었어요.
금융권은 압도적으로 문서 처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지점에서는 대고객 업무와 관련된 종이 문서를 가지고 간단하게 컴퓨터에 입력해놓고, 그것를 행랑으로 본점의 집중센터로 보냅니다. 거기서 행랑을 다 풀어서 문서를 분류하고 그 다음에 고속 스캔하는 업무가 있어요. 아르바이트생들이 그걸 다 컴퓨터에 입력하면 전산화가 돼서 이미지로 뜨게 됩니다. 그런 식으로 작업한 게 20~30년이 됐지만 여전히 백오피스가 아침에 굉장히 바쁜데, 그게 다 오류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희가 OCR을 적용한 AI 솔루션을 그 업무에 활용하면서 오류 체크를 위한 인력과 시간이 엄청 줄어들었습니다.
반면에 일반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아직 업무표준화 단계를 못 거친 회사들이 많습니다. 요즘 웬만한 규모의 기업에서는 ERP 시스템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중소기업을 다녀 보면 아직도 RPA를 적용하기에는 업무환경이 안돼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RPA를 적용하려면 최소한 ERP라든가 전산 시스템이 돼 있어야 되는데 아직도 관리나 경리 업무를 PC 수준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RPA가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은행에 적용하는 것과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는 거죠. 그래서 현재는 기업들의 성장단계에 따라서 막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공공부문은 또다른 어려운 점이 있는데, 각 도메인마다 역할이 너무 다르다 보니까 업무도 많이 차이가 있습니다. 공통적인 업무인 회계, 인사 이런 업무들은 표준이 돼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메인 비즈니스는 제각각 다른 겁니다. 원래 RPA를 통한 자동화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에 있거든요. 은행 같은 경우는 수신이나 여신, 외환 등의 프로세스는 어느 은행이든 비슷하기 때문에 한 번 만들어 놓으면 확장성이 있어요. 그런데 공공부문은 업무가 바뀌면 매번 RPA를 적용할 때마다 새로 바꿔야 되기 때문에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 도메인에 따라서 업무자동화를 적용하는 순서도 약간씩 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금융권부터 적용된 RPA가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단계라고 봅니다. 중소기업일수록 업무 표준화 문제 뿐 아니라 비정형화된 업무가 많다는 특징이 있어서 5~6년 전 RPA가 금융권이나 다른 부문에 도입이 될 때 중소기업에 RPA를 적용하기가 어려웠죠. 그때는 그런 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AI 기술이 없어서 안됐는데 이제는 그런 기술들이 발전돼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도 이제는 적용이 가능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공장자동화도 편차가 좀 많이 있었는데 지금 AI의 발전 속도와 자동화의 확산 속도로 보면 내년이나 내후년부터는 그쪽 분야에도 골고루 자동화가 확산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23. 7월에 최근 출시한 AI 플랫폼인 “고 오토메이션 플랫폼(GO Automation Platform)”으로 모 언론사에서 “4차산업 리딩기업”으로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 솔루션은 그리드원의 기존 솔루션이나 다른 경쟁사의 솔루션과 어떤 차별성이나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지요.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지능화라고 볼 수 있죠. RPA가 여러 가지로 장점도 있고 업무자동화에 기여한 바도 큽니다. 기술적으로 쉽게 도입할 수 있고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 다음에 업무가 이미 잘 표준화돼 있거나 정형화돼 있다면 더욱 좋은 효과를 내죠. 그렇지만 우선은 아까 얘기했다시피 대부분의 업무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까 일단 비정형화된 데이터의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점이 있고, 두 번째로는 인텔리전트 하지 못하다는 점이 있어요. 말하자면 RPA도 결국은 사람이 그 작동을 지시해야만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솔루션을 개발할 때 그 두 가지를 다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 비정형 문제는 우리가 3~4년부터 많이 해소해와서, 이제 남은 문제는 솔루션이 사람만큼 좀 더 인텔리전트 해야 된다는 문제가 남았죠. 이를테면 내가 비서한테 일을 시키면서 “앞으로 한 달 뒤에 미국에 학회가 있어서 출장 가야 되는데 일정을 좀 짜봐” 이러면 되지, “첫날은 어디 가서 뭐 해야 되고, 비행기표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되고, 호텔은 어디서 묵고…” 이렇게 꼬치꼬치 지시해야 된다면 뭐하러 비서에게 시키겠어요.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거든요. RPA는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업무 분석하고, 정형화시키고, 프로그래밍하고, 스크립팅 해야 됐었는데,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목적만 명확하게 제시를 하면 RPA가 그 일을 해낼 수 있게 하려는 거죠.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기존의 RPA하고 저희들의 고 오토메이션 플랫폼은 다른 것이 아니고 연장선에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훨씬 더 지능화된 자동화 툴로 발전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저희는 전문 용어로 그걸 오토노머스 에이전트(Autonomous Agent)라고 부릅니다. 에이전트란 대리인, 그러니까 나 대신 무언가 해주는 비서인 거예요. 재밌게도 저희 오토메이트원 솔루션을 로봇이라는 말이 들어간 RPA로 부르기 전에는 그걸 에이전트라고 불렀었어요. 이제 거꾸로 다시 에이전트라는 말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이제는 일일이 시켜야 하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의도나 목적을 에이전트가 이해하는 쪽으로 발전할 거라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오토노머스, 즉 자율적이라는 말을 덧붙인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일을 정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죠.
그렇게 지능화된 사업을 위해서는 당연히 LLM(대규모 언어모델) 같은 기반 기술이 필요한 겁니다. 사실 LLM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새로운 것은 아니고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죠. 난이도가 높고 어려워서 못 했던 겁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터치 이런 것이 GUI라는 가술인데, 이게 생긴 이유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서 그런 거예요. 사람 말을 알아들었다면 불편하게 터치하지 않고 그냥 말로 몇 마디 하면 되죠. 그런데 앞으로 GUI도 점점 없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말로 하는 게 더 편하니까요. 이런 것이 바로 기술의 변화이고 사회의 변화인데, LLM의 역할은 사람 말을 바로 알아듣기 시작했다는 것이지만 엄청나게 큰 변화인 거죠. 그래서 이제는 저희가 생각하는 기업의 자동화가 훨씬 더 많은 분야와 다양한 업무를 사람의 말 형태로 훨씬 더 편리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바로 이 분야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드원의 ‘고 오토메이션 플랫폼’은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수 많은 데이터들을 직원들이 ‘자연어’ 형태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AI가 기존에 수행하기 복잡했던 보고서 작성, 검수, 타당성 검토 등 고차원의 작업을 말로 편리하게 수행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생성형AI는 도입시에 기업에 부담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우선 방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고, 내부 데이터가 유출될 위험이 있구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활용해야 LLM을 잘 활용할 수 있어요.. ‘고 오토메이션 플랫폼’은 이를 해결하고자 LLM을 고성능 경량화 해서, 업무 도메인에 최적화 했어요. 내부 구축형(On-Premise)형태로 보안에 강한 강점도 가지고 있구요. 여기에 그리드원의 기존 자동화 솔루션과 다양한 부가 서비스들을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형태로 제공해서, 필요한 것만 쓸 수 있고 확장/축소도 자유로워 경제적인 이득도 있습니다.
20년 가까운 업력의 AI기반 S/W기업으로서 국내 시장을 넘어서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인 방향이나 추진계획을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요.
저는 일찍부터 컴퓨터를 접했고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에반젤리스트처럼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기여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제 AI 시대가 열림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S/W 면에서 부족했던 걸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AI에 대해서 너무 방어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좀 공격적인 자세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AI 사업이 인류 마지막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다른 사업과 다른 점은 AI는 모든 부문에 다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거든요. 지금 그래서 저는 다른 산업과는 좀 다른 접근 방향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미래를 좀더 바라보면 지금보다 조금 더 정책적인 균형을 맞춰주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다양성을 키워주는 쪽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드원이 해외사업을 한다고 하면 지금 대기업들도 어려워하는데 중소기업이 어떻게 해외를 진출하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AI 때문에 이제 장벽이 없어질 수 있어요. 우리의 훌륭한 인적자산을 활용해서 우리나라가 인공지능에 있어서는 탑 수준에서 밀리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궁극적으로 80억 인구가 AI를 통해서 결국 같은 마음으로 갈 거라고 보는데, 그때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AI, 소프트웨어 분야에 계속 투자하고 경쟁력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R&D를 많이 하고 있는 오토노머스 에이전트가 해외에서도 잘 통하고, 그리드원이 이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 탑 클래스에 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드원은 비전으로 “일과 삶의 균형으로 직원이 웃고, 업무 효율 향상으로 기업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김 대표님의 철학과, 실제 그리드원 솔루션 적용 후 일자리 문제가 개선된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일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저는 사람의 가치가 그것보다 위에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려면 지금 사람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대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가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해왔고, 지금은 AI가 그렇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죠. AI가 더 발달되면 사람의 일을 대신 해줘서 사람이 더 행복해질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뺐겨서 더 불행하게 될 것인지는 매우 민감한 담론이라서 저도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다만 인류가 여러 번의 산업혁명을 거쳐서 지금까지 발전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이 자주 제기됐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가 생기면서 그전에 마차 끌던 마부들이 데모를 했었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하죠. 그때도 마차 쪽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아마 절망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을 좀 더 길게 보면 훨씬 더 많은 직업이 생겼잖아요.
그리드원의 솔루션이 제공돼서 일자리가 개선된 사례를 저희가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AI가 핵폭탄 같이 일자리를 파괴하고 인류를 멸망시킬 거라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일의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쪽에 더 기여할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여유시간을 갖게 하고 사람들이 남는 시간 동안에 보편적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논의하고 더 많이 조정하는 시간을 내야 할 것입니다.
- 취재/글 박동원 기자